지만호 논설위원
지만호 논설위원

정치권에 성범죄 소식이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날마다 하나씩 새로운 사례가 터지면서 고발이 나오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번 우리가 한차례 겪었던 ‘미투 운동’이 다시 재현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상황은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박 의원은 지난해 12월 의원실 보좌진에게 차마 입에 올리기 어려운 심각한 수준의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과 함께 이를 무마하기 위해 문서 위조까지 했다는 사실이 제기돼 당에 제명당하고 정치 생명이 위태로워졌다.

 권력이 견제받지 않을수록 강한 힘 발휘

그동안 안희정·박원순·오거돈 등 많은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인지도와 능력을 벗어나 성범죄에 연루돼 하루아침에 정계를 떠났고 극단의 선택을 했다. 이들의 행태는 ‘권력형 성범죄’라는 이름으로 갈무리되며 중요 사안에 오르고 있다. 권력형 성범죄는 폐쇄적인 조직의 권력자가 ‘위력’을 이용해 위계 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가하는 성적인 폭력을 의미한다. ‘위력’은 조직이 폐쇄적일수록, 권력이 견제받지 않는 상황이며 위계질서가 수직적일수록 강한 힘을 발휘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의 성범죄는 상급기관의 부재와 측근세력의 비호 속에서 가능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국회의원과 보좌진과의 관계는 예민하면서도 얇다. 의원은 보좌진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라도 국회 사무총장에게 면직 요청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보좌진을 해고할 수 있다. 거기에다 외부적으로 눈치를 보거나 제재를 당할 감시자가 없다는 것도 그들의 행위를 돕는다. 또한 내부 고발자는 존재하기 어려운 폐쇄적인 곳이기에 그 어느 곳보다도 은밀하거나 때로는 공공연하게 위력이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이다.

이번 박완주 의원의 성범죄가 권력형 성범죄의 표본이다. 박 의원은 성 비위가 노출될 위험에 처하자 공문서를 위조해서 본인의 성범죄를 덮고 피해자를 국회에서 퇴출시키려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어 어느 곳으로든 쉽게 빠져나가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의 야비한 행태는 분노를 넘어 너무나 참담하다. 정치인에 의한 권력형 성폭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정치인에 의한 수많은 성범죄가 있어왔지만, 제대로 된 대처가 없었기에 또다시 오늘의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여전히 반복되는 정치권의 성폭력은 정치권이 그들의 권력 재창출에만 혈안이 되어있을 뿐 진정한 변화 의지는 없음을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권력형 성범죄는 단순히 남성이 저지른 개인의 일탈이 아니며,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는 구조적 성차별에 기인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는 평등한 성의 조직문화와 근본적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인사들은 권력형 성범죄를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며 가해자를 두둔하고 지속적으로 2차 가해를 하고 괴롭혔다. 이번 박완주 의원 사건이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피해자를 강제로 면직 처리하려 시도했다는 것이다. 피해자와 국민에게 백배 사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국회의원이라는 권력을 이용하여 여성 노동자의 생존권을 박탈하려 한 것이다.

성차별적인 구조 바꿀 수 있는 대책 시급

권력은 조직 내 구성원을 통제하고 복종시킬 수 있는 힘이며, 권력자는 그 힘을 손에 쥔 사람이다. 직접적인 폭행이나 협박 없이도 자신의 권력이 미치는 타인의 심신을 괴롭힐 수 있는 수많은 사회적·경제적 수단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위력에 의한 성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근절되지 않고 있다. 성희롱·성추행·성폭행 등 종류를 막론하고 모든 성범죄는 이성이 욕망을 조절하지 못해 발생한다. 권력이나 위력은 단순히 성욕 충족을 위해서만 자행되는 것은 아니며 공격성·힘·권력·의존심 등 비(非)성적 욕구를 충족시킬 목적으로 사용되는 일도 많다.

​모든 성 비위 문제는 사회의 공고한 구조적 성차별과 불평등한 조직문화에 있다. 젠더 기반 폭력이 여전히 여성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별과 혐오의 정치를 고수하고 있다. 이제라도 모든 정치권에서는 성차별적인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과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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